베트남은 북부 하노이부터 남부 호치민까지 각기 다른 문화와 풍경을 지닌 나라입니다. 하롱베이의 절경, 호이안의 감성, 메콩델타의 생동감을 따라 남하하는 8박 9일 여정은 짧지만 밀도 높은 경험을 안겨줍니다. 이 글에서는 이동 동선과 숙소, 음식, 필수 여행 코스를 중심으로 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는 배낭여행자에게 실질적인 루트를 안내합니다.
하노이: 동양적 정취와 소란스러운 활력의 도시
베트남 북부의 수도 하노이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오묘하게 얽혀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도시 전역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수많은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분주한 풍경은 하노이만의 활력을 상징합니다. 여행자들은 보통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구시가지에서 첫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곳은 낮에는 조용한 휴식처로, 밤에는 거리 공연과 야시장으로 활기를 띱니다. 하노이 대성당은 파리의 노트르담을 본떠 지어진 대표적인 프랑스풍 건축물이며, 문묘는 유교 문화가 베트남에 전파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이 외에도 ‘기찻길 카페’로 불리는 좁은 철도 옆에 들어선 독특한 커피숍들은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하노이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손꼽힙니다. 아침엔 쌀국수(Pho), 점심엔 분짜(Bun Cha), 저녁에는 길거리 맥주(Bia Hoi)를 즐기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식 여행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하롱베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환상의 절경
하노이에서 약 3시간 반을 이동하면 도착하는 하롱베이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베트남의 대표 관광지입니다. 크고 작은 석회암 섬들이 바다 위에 흩뿌려진 듯 자리하고 있어 '바다 위의 계림'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방식은 1박 2일 크루즈 투어입니다. 크루즈를 타고 하롱만을 유영하며, 해상 동굴 탐험, 섬 위 트래킹, 일몰 감상, 밤하늘 별빛 아래 낚시 체험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크루즈는 식사도 포함되어 있으며, 현지 해산물을 활용한 신선한 요리가 제공됩니다. 특히 ‘수상 마을’에서 카약을 타며 석회암 절벽 사이를 누비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이튿날 오전, 배에서 아침을 먹고 내려와 다시 하노이로 돌아오면 저녁에는 다음 목적지인 중부 도시 호이안으로의 이동을 준비하게 됩니다. 야간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해 중부로 넘어가는 여정 또한 여행의 일부로, 배낭여행의 묘미가 녹아 있습니다.
호이안: 감성과 여유가 흐르는 고도(古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간이 멈춘 도시’입니다. 구시가지 전체가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보존되어 있어, 마치 수백 년 전 동남아의 무역 도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낮에는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행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느릿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지면 거리마다 주황빛 등이 켜지며 도시 전체가 로맨틱한 풍경으로 변합니다. 특히 투본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등불 체험은 많은 연인과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상 깊은 순간을 선사합니다. 여행자들이 즐기는 주요 체험으로는 전통 의상 ‘아오자이’ 착용 후 기념사진 촬영, 랜턴 만들기, 현지 식재료로 진행되는 쿠킹 클래스, 맞춤 의류 제작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 하루 만에 맞춘 드레스나 셔츠는 소중한 기념품이 됩니다. 호이안은 또한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여, 반쎄오, 까오러우, 호이안식 반미 등 지역 특색이 가득한 요리를 꼭 경험해보길 권합니다.
호치민: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역동적인 도시
베트남 남부의 중심도시 호치민은 하노이보다 더욱 개방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뿜는 곳입니다. 도시 중심에는 사이공 대성당과 중앙우체국 같은 프랑스풍 건물이 여전히 웅장하게 서 있으며, 그 앞에는 벤탄 시장과 수많은 노점들이 모여 있어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먹거리와 쇼핑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도심 곳곳에는 로컬 카페와 루프탑 바가 즐비하여 낮과 밤을 모두 즐기기 좋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전쟁박물관을 방문해 보아야 합니다. 이곳은 베트남전 당시의 참상과 전쟁 후유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과 전시물이 있어, 전쟁이 남긴 상흔을 돌아보게 합니다. 도심을 벗어나 하루쯤은 메콩델타 투어에 참가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강을 따라 이동하며 수상 시장, 코코넛 공방, 전통 공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전통 나무배를 타고 열대 우림을 누비는 체험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감동을 줍니다. 이처럼 호치민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발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여행자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8박 9일 떠나는 베트남 종단여행이 남기는 것
8박 9일간 베트남을 종단하는 여행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북부의 전통적인 감성과 자연, 중부의 감성적인 문화 도시, 남부의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차례대로 밟아가다 보면,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감각이 자라납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길 찾기, 새로운 음식 도전, 다른 언어와의 소통은 때로는 피곤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입니다. 배낭 하나로 떠났던 이 여정은, 돌아올 때쯤이면 그 속에 베트남의 바람, 향신료,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담고 있게 됩니다. 여행은 결국 ‘나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의 여행도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든 좋습니다. 중요한 건, 한 번쯤 마음을 들고 멀리 떠나보는 것. 그리고 그 끝에서 조금 더 깊어진 나를 만나는 것. 베트남은 그런 여행을 시작하기에, 가장 완벽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